I.
서론
패션산업은 지난 수백 년간 성과 인종에 따른 체형의 구분 을 당연시 해왔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전통적 성의 구분으로 인해 관성적으로 자리 잡은 성의 대결구도는 크고 작은 차 별을 유발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성차별을 비롯한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빈부차별, 인종 차별, 소수자차별 등 각종 차별들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점차 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간 갈등과 혐오에 초점이 맞춰 진 채 한국사회를 달군 화두였던 젠더 문제를 앞으로는 더 욱 일상적이고 깊이 있는 문제의식으로 다루어 우리 사회의 젠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Park, 2019). 페미니즘과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이슈로 접근하던 젠더 논쟁을 보다 근원적이고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젠더 이미지 는 오늘날 소비와 마케팅, 비즈니스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 다. 특히 패션계는 이와 같은 현상을 앞서 견인해왔는데 남 성 컬렉션과 여성 컬렉션을 통합하고 남성 모델을 여성복 광고캠페인에 등장시키는 등 여성성, 남성성으로 이분해 상 품화했던 방식을 점차 벗어나고 있다. 또한 소비문화의 주 축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이러한 차별과 갈 등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 다(Kim, 2018).
Z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 을 받는 한국의 보이 밴드인 BTS(Bang Tan Sonyeondan, 방탄소년단)는 강력한 팬덤 문화와 더불어 글로벌 음반시장 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BTS는 높은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회적. 문학적 메타포의 사용, 스토리 하나 를 가지고 5년 동안 끌고 가는 기획력으로 새로운 예술형식 을 만들어냈다(Lee, 2019). 특히 이들의 뮤직비디오들은 독 특한 서사구조와 수준 높은 시각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를테 면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는 완성된 필름으로서 하나하나가 각각의 닫힌 세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BTS의 뮤직비디오는 여러 개의 뮤직비디오를 가로지름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이 야기가 마무리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있 다. 즉, 뮤직비디오가 주요 타이틀곡을 홍보하고 감성을 전 달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BTS의 세계 관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퍼즐로 작용 하고 있는 셈이다 (Piao, Lee, & Jeong, 2019). Lee(2019)는 BTS의 뮤직비디 오와 관련영상들은 ‘네트워크-이미지(network-image)'라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만들어냈고,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매체 장르적 분류나 작품의 경계,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넘나 든다고 설명한다. 또한 현시대의 음악을 전달하는 주요 매체 는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에, BTS의 음악을 수용하는 이들이 음악을 감상하는 '청중(audience)'보다는 '관객(spectator)'으로 지칭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BTS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악을 홍보하는 매체의 한 계를 넘어서서 그 의미를 다양하게 확장시켜 보여주고 있고 패션 스타일을 통해서 음악의 시각적 메시지를 완성시킨다.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BTS의 패션스타일은 각 앨범과 노래 가 표방하는 장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 중 젠더 이미지는 BTS의 음악적 메시지와 맥 을 함께하며 변화하고 있다. 영국 킹스턴 대학교의 Colette Balmain(as cited in Min, 2019)교수는 BTS의 남성성이 여 타 K-Pop 스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매우 독특하게 발현되 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특성은 문화권 하에 강요받는 전통적 성역할을 자연스럽게 와해시키고 ‘미투 운동’ 이후 유해한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서 긍정적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BTS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패션 스타 일의 젠더 이미지를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수행성 (performativity) 이론 관점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미국의 문 화 구조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주디스 버틀러는 패러디, 수행성, 역설적 복종, 우울성이라는 네 가지 개념을 중심으 로 젠더의 정체성 형성 방식을 이론화 했다. 버틀러는 재현 이전의 젠더를 부정하고 불연속적, 복수적 의미를 수용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해체를 주장하는데, 특히 반복과정을 통 한 수행성으로 구성되는 젠더 정체성을 주장하며 사회 문화 적 구조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몸 개념을 설명한다(Cho, 2001). 이러한 점에서 버틀러의 이론은 여러 다양한 젠더 이미지를 보이는 BTS의 젠더 이미지를 해석하는데 유의미 한 관점을 제공한다.
최근 패션 분야에서도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정체성 이론 을 응용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영화, 공연예술 장르 중 등 장인물의 성 정체성의 극단적 전복 또는 성 전환을 통한 외 적 변화를 비교 연구(Ahn, 2019; H. Kim, 2019; Kwon, 2015)하는 것이 선행연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등장 인물의 젠더 정체성이 자명한 극단적 변화를 띄는 것에 근 거한 연역적 해석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편 Kim, Kim and Hah(2018)는 이상적 여성성과 젠더 정체성을 연관 지어 향 수 패션필름에 나타난 여성이미지에 한정하여 연구했다. Kim and Yim(2015)는 현대 남성 패션을 분석하였지만, 연 구대상을 사진 이미지로 국한함으로써 반복되는 동적 수행 성에 주목하지 않았다. 버틀러에 따르면 젠더 정체성은 반복 되는 수행적 행위에 의해 구성 되고, 젠더는 행위이기 때문 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동적인 행위를 표현하는 BTS 의 뮤직비디오를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 관점으로 연구하는 것은 타당성을 지니며, 동일한 대상에서 다양한 패션 이미지 를 분석함으로써 변화하는 젠더 이미지를 도출한다는 것에 본 연구의 차별성이 있다.
본 연구는 반복과정을 통한 수행성이 젠더를 형성한다는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분석의 틀로 삼아 BTS 음악의 메 시지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패션이 상호작용을 통해 함축하는 서사를 고찰하고 젠더 이미지를 도출하여 의 미 해석을 목적으로 한다. BTS가 글로벌 마켓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Z 세대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스스로 규정하는 젠더 이미지를 분석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 의 가치관과 소비취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 방법은 문헌연구와 실증적 사례분석을 병행한 해석 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사회학, 철학 전문서적과 선행연구를 통해 주디스 버틀러 수행성 이론을 고찰하고 분석의 기틀 을 마련하였다. 사례분석은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의 공식 홈페이지, 유튜브 공식채널을 통해 뮤직비디오의 패션 이미 지를 수집하여 유형을 분류한 후, 그 조형적 특징을 고찰했 다. 앞서 도출된 이론적 분석 틀을 활용하여 패션스타일의 젠더 이미지를 연구하였고, BTS 음악의 의미해석을 위해 음 악 전문 서적의 칼럼을 참고로 음악적 메시지를 함께 분석 하여 내재된 의미를 도출하였다.
연구의 범위는 BTS의 공식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하되 분절된 이미지로 재편집되어 형태 분석과 의미 있는 해석이 어려운 컴백 트레일러(comeback trailer)와 쇼트 필름(short film) 그리고 일본 음악 시장만을 타깃으로 별도로 제작한 일본어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제외했다. 2013년 발매된 BTS 의 데뷔 싱글앨범 ‘2 Cool 4 Skool'부터 2019년 발매된 미 니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까지의 공식 뮤직비디 오 21편에 등장한 의상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II.
이론적 고찰
본 장에서는 BTS 뮤직비디오의 패션스타일에 나타난 젠더 이미지를 연구하기에 앞서, 패션과 젠더 정체성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을 고찰하여 연구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1.
패션과 젠더
Simone de Beauvoir(as cited in Ko, Kim, Kim, Kim, Kim, Kim, Noh. Moon, Park, Park, Park, Eum, Un, Lee, Yim, Yim, Cho, Cho, Heo, Hyun, & Hwang, 2015)는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 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젠더를 구분했다. 보부아르가 젠더를 사회문화적 구성물로 주장한 이래로 이론가들은 우리말로 모두 성(性)이라 번역되는 섹스 (sex), 젠더(gender) 그리고 섹슈얼리티(sexuality)의 의미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섹스는 일반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생물 학적 차이를 말한다. 눈으로 확인 가능한 성기의 차이, 생식 기능의 차이, 출산 기능과 관련된 차이를 일컫는다. 반면 젠 더는 문화적 사회적 동일시 양식을 통한 분류를 의미하고, 섹슈얼리티는 성적 행위가 유래하는 근원적 욕망을 의미한 다(Cho, 2016).
젠더라는 용어는 성 심리학자 존 머니(John Money)가 성 전환수술을 통해 성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사례를 발표하며, 섹스 대신 젠더라는 용어를 대체했던 것에 서 유래한다(Lee, 2013). 일반적으로 젠더의 개념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조직되는 방식을 지칭하며, 현대 적 의미는 생물학적 차이가 부여된 여성 혹은 남성의 몸을 규율하며 성에 따라 다르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문화적 구 조가 존재함을 강조하는 개념이다(Ko et al., 2015). 따라서 젠더는 엄밀히 생물학이 사회적인 것을 결정하지 않는 범위 에 존재한다. 젠더는 실천의 특수한 유형이 아니라 일반적으 로 사회적 실천을 구조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종, 계급과 같은 다른 사회구조들과 항상 관련된다(Connell, 1995/2010).
한편 패션은 언제나 착용자에 대한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소설가 Hermnann Broch(as cited in Svendsen, 2004/2013)는 "시각적 혀"에 비유한다. 패션은 착용자의 취향, 소속, 계급, 나이, 성별 등 의 정보를 드러내며 한 인간의 정체성의 형성에 중요한 기 여를 한다.
패션은 특히 젠더와 깊게 유착되어 있다. 이를 가리켜 Elizabeth Wilson(as cited in Entwistle, 2000/2013)은 "젠 더를 규정하고 재규정하며 젠더에 집착 한다"고 할 만큼 패 션은 젠더의 표현에 갇혀있다. 유니섹스 패션이나 앤드로지 너스 패션도 젠더의 차이와 경계에 대한 유희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젠더에 집착한다고 볼 수 있다. 젠더는 문화 적 구성물이기 때문에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다고 여겨 지는 옷은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르게 적용되며 젠더의 차이를 드러낸다.
서양의 복식사를 살펴보면 패션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에 이목 집중시키고, 그 차이점을 가꾸고 강조함으로써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왔다.
중세 이후 수세기 동안 남성들은 바지를, 여성들은 치마 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패션은 몸이 없을 때에도 문학적 은유나 상징으로 젠더를 드러낸다. Kim(2013)은 남 성과 여성의 복식 형태가 유사한 문화권에서조차 장신구나 머리모양 등을 통해 성별 차이를 뚜렷하게 구별 지을 정도 로 패션은 젠더의 표상이라고 설명한다.
계몽주의 시대에는 공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남성들은 이 성적이고 우월한 반면, 사적인 영역에 머무르는 여성은 감성 적이고 열등하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했다. 이러한 문화 는 남성들의 사회적 독재와 가부장제를 더욱 공고하게 했고, 남성들은 복식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상징적으로 드 러냈다. 남성이 여성처럼 옷을 입는 것은 비이성적이며 반사 회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반면 여성들은 실용적인 측면과 열등한 성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성적 이미지를 간혹 차용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여성들은 부자연스럽고 부도덕 하다고 비난받았다(Kim, 2013).
산업혁명을 거치며 남성의 패션은 부르주아적 이념을 수 렴한다. 19세기 말이 되자 남성복 스타일은 경직되고 엄숙 한 남성의 이미지로 통합되었다. 당시 남성복의 지향점은 우 아하거나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올바르게’ 입는 것이었다(Entwistle, 2000/2013). 남성들은 장식성이 배제된 엄숙하고 실용적인 슈트를 착용함으로써 권위, 강인 함, 근대성을 표현했으며 전형적인 남성상을 형성해 나갔다 (Lee, 2003). 이와 대조적으로 여성복에는 장식이 증가하여 빅토리아 시대에는 레이스와 리본장식이 절정에 달했고, 남 성복과 여성복은 실루엣과 색채대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 이게 되었다(Entwistle, 2000/2013).
20세기 전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며 남성복은 강인 하고 영웅적인 군사적 남성성을 강화했다. 한편 여성들의 사 회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복은 남성복의 요소를 도입하 며 점진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Kim & Yim, 2015). Entwistle(2000/2013)는 특히 샤넬이 단순한 드레스와 슈트, 검정색의 도입, 저지 소재의 사용 등으로 현대 여성복의 새 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평가한다.
남성 패션에서 젠더의 다양한 표현은 1950년대 후반 등 장한 테디 보이(Teddy boy)와 모즈(Mods)와 같은 하위문화 (subculture)의 출현으로 서서히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을 통한 사회변화를 겪으며 유니섹 스 모드를 통해 남성과 여성은 패션 이미지를 서로 공유하 게 되었다.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얻기 위한 투쟁으로 시작 된 페미니즘 운동은 주체속의 타자를 인정하려는 해체주의 로 발전했고, 새로운 남성상과 여성상을 재고하게 된 것이다 (Kim & Yim, 2015). 그러나 이 시기의 유니섹스 모드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매력을 제거함으로써 복식이 더 이상 유혹의 수단이 될 수 없도록 했다(Kim, 2013).
1980년대에 패션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남성과 여 성이 가진 특성을 서로 자유롭게 교차시키는 양성성 (androgyny)이 확연히 나타난다. Kim(2013)은 양성성이 20 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고 이미 프랑스 혁명 시 기 여성혁명가 들은 성의 평등을 추구하며 남성성이 도입된 의복을 착용했다고 설명하며, 1920년대 플래퍼 들의 보이시 한 스타일도 양성성이 발현된 사례로 본다. 그러나 Entwistle(2000/2013)은 1920년대 여성복의 특징을 양성성 이라기 보다는 ‘젊음’에 관한 표현으로 분석한다.
이전까지 심미성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던 남성 패 션은 점차 전통적 남성성과의 단절을 통해 남성의 미의식을 변화시켰다. 1980년대에 등장한 뉴 맨(new man)은 과거 여 성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소비의 쾌락, 자기애, 성적 매 력의 발산과 결합하며 새로운 남성성을 형성했다. 그 동안 수트는 남성의 몸을 감추며 성적 특수성을 제거해왔는데, 뉴 맨 스타일은 ‘유연한 전문화(flexible specialization)’를 표방 한 다양한 남성 패션이 등장하며 시각적인 남성을 재현했다 (Entwistle, 2000/2013). 한편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성의 슈트에 남성적 요소가 강조된 빅 룩(big look)이 등장했다. 경직되고 넓은 어깨와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재킷은 파워 슈트(power suit)로 불리며 성공을 위한 여성의 스타일이 되었다(Kim, Kwon, Song, Lee, Choi, Lee, & Lee, 2014).
뉴맨이 전통적 남성성과 대립되는 새로운 남성성을 표현 한 주류패션 이라면, 다른 한 편에서는 펑크, 록, 글램 록, 팝과 같은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은 청년 하위문화가 크로스 드레싱(cross-dressing)과 젠더벤딩 (gender-bending) 을 통 해 새로운 남성성으로 나타났다. Entwistle(2000/2013) 의 해석에 따르면 크로스드레싱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했으며, 젠더벤딩은 전위적 관능성 및 동성애, 스탠스베스타즘을 모두 암시하는 스타일이다. 전자의 대표적 인 예는 데이빗 보위와 같은 글램 록 스타들, 후자는 보이 조지와 같은 팝 스타들이 있고 양쪽 모두 기본적 젠더 관습 에 도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희에 서 더 나아가 욕망적 근원으로서의 섹슈얼리티를 재정의 한 다.
젠더에 대한 해체주의적 사고는 2000년대로 이어지며 전 통적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의 경계를 점차 허무는 방향으로 흐른다(Kim & Yim, 2015). 특히 남성의 패션은 눈에 띄는 변화를 겪게 되는데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과 위버섹슈 얼(ubersexual) 스타일을 통해 새로운 젠더 이미지를 드러낸 다.
메트로섹슈얼 남성은 자신의 여성적 측면을 기꺼이 드러 내는 동시에 가정생활에 참여하여 변화한 사회현실에 긍정 적으로 대응했다. 또한 가치 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추구, 외모에 대한 관심과 투자 등의 특성을 보인다. 위버섹슈얼 또한 외모를 가꾸는데 적극적이지만 메트로섹슈얼에 비해 관계보다 자기 자신의 만족에 집중하는 의복 행동을 드러낸 다(Kim, Jekal, & Lee, 2010). 위버섹슈얼은 강인하고 자신 감 넘치는 남성적 매력을 드러내고 이성애를 추구한다. 스타 일리시하고 연인에게 자상하지만 이성애보다 자기만족을 더 우위에 둠으로써 긍정적 남성성과 긍정적 여성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상의 논의로 보면 젠더는 문화 사회적 구성물이므로 젠 더의 구분은 자의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 면 그들의 성(sex)을 직접 본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젠더의 외양(gender appearance)만을 보는 것이다(Entwistle, 2013). 패션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며 젠더의 외양을 형성하 고, 젠더를 구분하는 지표가 되어 젠더 정체성을 구성한다.
2.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
미국 버클리 대학의 교수이자 철학자인 주디스 버틀러는 젠 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젠더는 사회 문화적 구 성물이라는 보부아르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더 나아가 기존 의 페미니즘의 공리처럼 여겨졌던 성(sex)과 젠더의 이분법 을 해체하고 ‘성은 언제나 젠더’라고 말하며 성은 젠더만큼 이나 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주장했다(Ko et al., 2015).
버틀러 이전에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입각한 젠더 담론이 지배적이었다. 남성의 성과 여성의 성을 대립항으로 전제하 고 동일시에 따른 결과로 젠더를 이해했다. 가령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갈등으로 인한 결과감정으로 설명한다. 한편 칼 융(Carl G. Jung)은 사회적 환경과 교류하면서 구성되는 자아인 ‘페르소나(persona)'와 억압된 요소들이 무의식적으로 구성되는 자아인 ’아니마(anima)'를 구별하고, 두 자아의 대 립이 젠더화 된 대립으로 확장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스톨 러(Robet Stoller)의 경우는 트렌스젠더를 다른 성이 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젠더 정체성을 동일시 현상 을 통해 설명했다(Connell, 1995/2010). 이러한 젠더 정체 성 이론들은 생물학적 결정론을 토대로 한 젠더 발달에 관 한 일반적 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버틀러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하며 성과 젠더 를 구분한다. 버틀러는 몸의 인식 가능성과 욕망의 근원성을 전제하는 것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양식이기 때문에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가 모두 젠더라고 말한다(Cho, 2016). 젠더 는 인종이나 성, 계급, 지역 등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우리 모두 성이나 젠더로부터 자유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닐뿐더 러 통합적인 성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과 젠더 체계는 감찰효과(policing effect)를 발휘하지만 우리를 다양한 곳에서 행위 하도록 내버려둔다. 즉 버틀러는 젠더가 구성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젠더가 고정되거나 일관된 것 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젠더 이론 중 ‘구성’개 념이 동일시를 전제로 한다는 이전의 관점들을 반대한다 (Yim, Shin, Cho, Lee, & Kim, 2016).
종래의 정치철학이나 윤리학에서 주체는 모든 행위의 근 원으로서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기체로 간주되어 왔다. 이런 이론들에서 행위성은 문화적 환경과는 무관하게 고유한 상 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버틀러는 ‘행위 뒤에 행위자 는 없다’고 말하며 주체를 가정하지 않은 채 행위를 설명한 다(Butler, 1990/2008). 니체에 따르면 ‘내가 행위를 한다.’ 는 사고방식은 주어를 주체이자 행위의 원인으로 상정하여 주체를 실체인 것으로 믿게끔 유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법 적 습관에 기인한 가상적 추론일 뿐이다. 따라서 주체를 가 정하고 행위성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허구에 기반 하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고통을 느낌으로써 어떤 감정과 감각을 갖는다는 사실이 그 감각을 갖는 ‘원인으로서의 나’ 를 상정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 않는다. 행위자는 행위의 원인이라기보다 행위의 효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Jo, 2014).
바로 이 지점에서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이론은 여타 다 른 젠더 이론들과의 차별성을 지닌다. 젠더는 고정적 명사가 아니라 변화하는 동사이므로 행위자의 주체를 미리 상정하 지 않는다는 관점은 젠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 다. 앞서 언급한 종래의 젠더 담론들과 주디스 버틀러의 젠 더 이론의 특징을 비교해서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Table 1.
The Perspectives of Modern Gender Discourse and Judith Butler's Gender Performativity Theory
버틀러는 젠더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수행성, 패러 디, 반복 복종, 우울증을 논하며 젠더 존재론의 계보학 (genealogy)적 입장을 구체화시킨다. 몸의 표면과 경계는 정 치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몸의 범주를 자연스 럽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때 몸은 새로운 의미화를 통 해 열리며, 섹스, 젠더 및 섹슈얼리티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고정된 범주를 허문다는 것이다. 이것이 버틀러가 주장하는 패러디적 수행성이고, 우울증적인 반복 복종의 실천들이다 (Cho, 2016). 젠더는 문화와 정치의 접점에서 반복되는 몸 의 양식과 행위로 구성되는 표현물이며 본질적인 존재가 아 니다.
또한 버틀러는 젠더란 "알지 않고도 하려고 하지 않고도 수행되는 끊임없는 행위인 하기(doing)"라고 주장하며 젠더 수행성(performativity)을 강조한다(Cho, 2014). 버틀러에 의 하면 젠더 특성은 표현적인 것이 아니라 수행적인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젠더 표현물 뒤의 젠더 정체성은 없다. 즉 행위자는 행위 안에서 또 행위를 통해서 가변적으로 구성된 다.
수행성 개념은 본질적 정체성보다는 사회적 헤게모니가 몸에 각인되어 개인이 사회적 규범에 복종해야 과정에서 발 생하는 변이(variations)에 주목하는 이론이다. 버틀러의 젠 더 수행성 개념은 규범이 언제나 변이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로서 존재하는 규범의 원본은 없으며, 규범이란 본질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야만 규범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Yim et al., 2016). 젠더 수행성 개념은 1970 년대와 1980년대 페미니즘 이론 논쟁의 핵심 중 하나였던 구성주의와 본질주의의 교착지점에서 담론적 한계를 돌파하 는 생산적 대안을 제공했다.
버틀러는 수행성(performativity)과 수행(performance)을 구분지어 설명하는데, 수행에는 행위의 주체가 항상 전제되 어 있는 반면, 수행성은 주체의 개념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다. 사회적 헤게모니는 담론을 통해 작동하면서 주체를 생산 하는 동시에 주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데, 이때 수행성이나 수행적 언어행위(speech act)는 주체 없이 행위성을 설명한 다. 또한 버틀러는 언어적 수행성과 연극적 수행성을 구분 한다. 언어적 수행성은 수행문이 전하는 말이 행위가 되는 효과에 주목하고 언어적 수행력이 인간을 구성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주례자의 결혼 선언, 운동경기에서 심 판의 득점 선언 등은 행위를 완성하는 매개수단이 된다. 반 면 연극적 수행성은 시간적 공간적 맥락에 있는 행위를 통 해서 구성되는 주체를 뜻하며 그 행위 속에는 어떤 본질적 정체성도 없다는 것이다. 즉 무대 위에서 연극 행위를 하는 것처럼 모든 인간은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늘 다르게 반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 나간다(Cho, 2014).
이상에서 논의한 버틀러의 논의를 요약하자면 엄밀한 의 미의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구분되지 않을뿐더러, 몸도, 정체성도, 욕망마저도 문화적 구성물이므로 젠더는 변화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행위 주체의 존재를 구성하는 수행성을 강조하는 버틀러의 젠더이론을 다양하고 유연한 젠더 이미 지를 보이는 BTS에 적용하고자 한다. BTS는 자신들의 생각 과 말을 노랫말로 옮겨 정체성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표현 하므로 그들의 가사는 언어적 수행성이라 할 수 있겠다. 반 면 BTS가 무대와 영상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모든 행위는 그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연극적 수행성이라 볼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BTS의 패션스타일을 매개로 연극적 수행성에 초점을 두고 젠더 이미지를 해석하고자 한다.
III.
BTS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패션스타일 유형
BTS 공식 뮤직비디오 21편에 등장하는 301착장의 패션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과시적 패션스타일, 도전적 패션스 타일, 소년기적 패션스타일, 혼종적 패션스타일, 유희적 패 션스타일의 유형이 도출되었다. 각 유형별로 패션 스타일의 특성을 고찰하고 패션디자인의 요소인 선과 형, 색상, 소재 를 분석하였다.
첫 번째 유형인 과시적 패션스타일은 전통 힙합패션의 재 현을 기본으로 한다. 힙합패션은 1980년대 미국 빈민가의 흑인들이 사회적 불만을 표현한 다이나믹한 힙합음악과 함 께 파생되었고, 백인문화를 조롱하는 동시에 열망하는 양면 성을 지닌다. Figure 1과 같이 트랙 슈트, 스웻셔츠와 같은 스포츠 스타일에 번쩍이는 금속 액세서리를 과시적으로 착 용함으로써 저항적 측면과 상향 지향적 측면이 공존한다. 스 노비즘(snobbism)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Versace의 심벌인 메두사 모티브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도 이러한 과시적 속성을 드러낸다(Figure 2).
과시적 패션스타일 유형은 모노톤을 주조색으로 두고 골 드를 포인트 컬러로 하며 반다나, 스냅 백, 하이 탑 스니커 즈 등의 액세서리와 과감한 그래픽과 레터링 프린트 티셔츠 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1980년대 미국 힙합 패션에 서 유행했던 중앙부를 높게 띄우는 하이탑-로우컷(high top-low cut) 헤어스타일을 통해 갱스터 힙합패션 스타일을 보여준다(Figure 3).
형태면에서는 전통 힙합패션에서 보여 지는 헐렁한 실루 엣 보다는 격렬한 안무에 적절한 일반적 사이즈를 채택하고 있다. 일반적 실루엣의 티셔츠, 트랙 반바지, 무릎길이의 스 포츠 양말 그리고 조끼와 디스트로이드 진(destroyed jeans) 이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저지, 테리 등 스포츠웨어에 쓰이 는 캐주얼한 소재가 주를 이루고 나일론, 가죽, 데님등도 관 찰된다.
두 번째는 지배적 기성 문화와 구별되는 청년 하위문화 스타일에 기반을 둔 도전적 패션 스타일 유형이다. BTS는 ‘Dark&Wild’ 앨범을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느끼는 ‘꿈’과 ‘행복’의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을 마친 후 ‘화양연화(花樣年華)’ 시리즈를 통해서 청춘의 가장 눈부신 한 순간을 포착해 가는 작업으로 그 서사와 이미지를 확대해간다(Y. Kim, 2019). 미니앨범인 ‘화양연화 Pt.2’의 수록곡인 ‘Run’의 패 션스타일에서는 스킨헤드(skinhead) 룩과 펑크 룩을 함께 보 여준다. 스킨헤드는 1960년대 말 영국에서 시작된 청년 노 동자계층의 반체제적 문화로 삭발한 머리를 특징으로 한다. 1980년대 이후 점차 정치적 성격이 더해지고 인종차별적 태 도로 변질되었으나 초기의 스킨헤드는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관습에 저항하던 청년 하위문화였다. Figure 4에서와 같이 화이트 셔츠와 서스펜더, 걷어 올린 진 팬츠, 앵클부츠, 블 루종은 스스로를 주류와 구별 짓고 노동계층의 정체성을 적 극적으로 표현했던 스킨헤드족의 상징적 착장이다.
Figure 5와 같이 박시한 스웻 셔츠, 조거팬츠, 하이탑 스 니커즈, 버킷 햇 등은 최근 몇 년간 청년 패션 트렌드를 지 배하고 있는 스케이트 보드 문화와 힙합 문화의 영향을 받 은 스타일이다. 또한 N3B 형태의 밀리터리 재킷, 보머 집 업, 후디 스웻 셔츠, 그래픽 티셔츠, 데님바지, 가죽 바지 등 으로 스트리트 웨어를 표현한다(Figure 6). 이러한 청년 하 위문화 스타일들은 자기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주류 문화와 거리를 두어 구별 짓기를 시도한다.
컬러는 블랙, 인디고, 카키와 레드, 블루 등의 조합으로 강렬한 주목효과를 주었으며 데님, 가죽, 나일론 메모리, 저 지, 코튼 치노, 자카드 등의 소재와 스컬, 카무플라주, 록 뮤 지션 모티브 등의 프린트가 사용되었다.
세 번째 유형은 소년기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패션 스타일 이다. 희망을 품고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는 모든 세대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담하게 표현된 뮤직 비디오에서 주로 관 찰된다. 소년기적 패션 스타일은 과장되거나 공격적이지 않 고 자연스러우며 일상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영원히 소년이고 싶다’는 외침 속에 담긴 희망과 슬픔의 정서를 절묘하게 표현한 'Young Forever'와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독특한 연약함이 두드러진 'Save Me'(Y. Kim, 2019)에서 두드러진다. 연약한 목선을 드러내는 셔츠와 얇은 저지의 티셔츠 등 일상적인 아이템 외에 어떤 액세서리도 눈에 띄지 않는 Figure 7과 Figure 8 은 동시대의 청년들의 일반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무채색 위 주로 레이어링 된 티셔츠와 자연스러운 데님 바지도 매우 자연스럽다.
또한 후드 스웻셔츠, 스테디움 점퍼, 데님 바지의 착장과 티셔츠, 니트 가드건, 데님바지의 착장을 주로 보여주는 Figure 9는 편안하고 일상적인 패션 스타일이다.
화이트, 베이지, 민트, 블랙, 옐로, 레드, 블루, 그린 등의 명 도가 높은 색채를 서로 어우러지도록 배치하였고, 면플란넬, 면 저지, 울 개버딘, 울 펠트, 울 니트 등의 자연소재가 관 찰되었다.
네 번째는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색, 소재, 장식을 남 성복에 도입하여 이질적인 요소들을 뒤섞어 다중적인 모습 으로 표현한 혼종적 패션 스타일이다. 광택이 있는 얇은 새 틴(Figure 10)과 레이스 소재의 셔츠블라우스(Figure 11)는 형태면에서도 브이 네크라인이 깊게 파여 있어 마치 여성복 과 흡사한 디자인이다.
힙합 아이돌에서 팝 그룹으로서의 크로스오버를 꾀한 '피 땀 눈물‘에서는 바로크적 신비주의 이미지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Y. Kim, 2019). 바로크 모티브의 자카드 재킷과 러플이 있는 셔츠블라우스, 초커, 시가렛 팬츠는 관능미를 극대화하며 메트로 섹슈얼 스타일을 완성한다. 시련과 고뇌 를 통한 성장이라는 음악적 메시지를 모던 바로크 룩과 고 스 시크(goth chic) 룩을 혼용하며 표현한다.
혼종적 패션스타일 유형에서는 여성복과 남성복을 그대로 뒤섞어 과감하게 착용하기도 한다. 특히 2019년 4월 발매된 ‘Boy With Love'에서는 Jaquemus의 여성복 셔츠드레스를 입은 멤버 V, Isabel Marant의 여성복 니트 스웨터와 Chanel의 여성복 트위드 블라우스를 입은 멤버 지민을 볼 수 있다. 또한 타조 깃털의 머플러, 샤넬의 진주목걸이와 카 멜리아 반지 등 여성 액세서리를 장식하고 ’여자들의 색채 ‘로 관성적으로 자리 잡은 핑크 컬러를 다양하게 배치하여 혼종적 패션 스타일을 드러낸다(Figure 12). 소재는 저지, 새틴, 레이스, 자카드, 타프타 등이 쓰였고 블루, 그린, 레드, 화이트, 핑크, 크림 옐로가 보인다.
마지막 유형은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다채로운 컬러를 자 유분방하게 혼합하는 유희적 패션스타일인데, 사랑을 통한 자기애(自己愛)의 실천을 노래하는 희망적인 곡들에서 주로 관찰된다. 벅스 버니(Bugs Bunny)와 백설 공주 등 애니메이 션 캐릭터가 있는 스웨터 탑, 하트 문양이 반복되는 셔츠, 여러 가지 스트라이프 패턴의 자유로운 매칭은 이러한 분위 기를 잘 표현한다(Figure 13).
80년대 레트로 풍의 무지개 컬러 니트 탑, 애시드워시 (acid-wash) 데님, 밝은 컬러가 대비되는 시퀸(sequin) 점 퍼, 무릎길이의 바지 등은 음악적 메시지와 합을 이루며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Figure 14). 또한 젊음의 거친 에너지 를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불타오르네’에서는 트로피칼 모티 브의 티셔츠와 스카잔 점퍼, 팝 아트적 반복문양의 셔츠, 과 장된 밝은 프레임의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였다(Figure 15).
주로 밝고 선명한 컬러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였고, 저지, 면플란넬, 니트, 데님, 개버딘, 트윌, 도비 등의 소재가 보인 다.
IV.
BTS 뮤직비디오의 패션스타일에 나타난 젠더이미지 분석
본 장에서는 앞서 고찰한 BTS 뮤직비디오의 패션스타일에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을 적용하여 젠더 이미지 분석 을 하고자 한다. 뮤직비디오라는 영상매체 속에서 BTS가 연 극적 수행성을 행함에 있어 패션스타일은 전체 서사와 시각 적 분위기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통하여 구성되는 BTS의 라는 행위자의 수행한 정체성은 다음의 네 가지 젠 더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지배적 젠더 담론에 부합하는 전통적 이미지이다. BTS는 경찰제복, 군사 정복과 유사한 유니폼을 이용해 강건 한 남성성을 드러낸다. 강한 남성성은 전통적 가부장제에서 공적 위치와 사회적 권력을 독재했던 젠더 이미지라고 할 수 있고, BTS 패션 스타일은 이러한 남성성에 동일화함으로 써 전통적 지배문화의 젠더 규범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BTS는 또한 남성의 수트, 교복 등을 차용함에 있어 몸을 드러내는 실루엣으로 변형하거나 비격식의 패션아이템과 결 합시키는 등 지배담론의 권력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 일부 분을 유지한다. 권력은 행위자를 억압하는 동시에 주체로서 의 존재조건을 제공한다. 행위자는 복종과 저항이라는 이중 적 방식을 통해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잉여 부분을 남김으 로써 새로운 의미로 재 발화될 가능성을 열어 둔다(Kim & Yim, 2015). 이때 BTS가 강인함과 권위를 획득하며 힘을 겨누는 방향은 대립항의 젠더나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기성 세대의 사회 문화적 관습으로 향한다. 즉 마초적 패션스타일 을 통해 전통적 남성성을 추구하지만, 음악적 메시지는 기성 세대의 권력에 물음을 제기하는 역설적이고 양가적인 젠더 이미지를 표현한다.
둘째, 지배적 젠더 담론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이미지이다. 보수적인 가부장 문화권에서 남성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 내지 않음으로써 남자다움을 인정받는다. 복식사에서 유약함 은 오랫동안 경박함 또는 여성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었다. 근 대 이래로 남성들은 어두운 색상, 절제된 장식의 근엄한 수 트를 통해 이성적인 남성의 올바른 표상을 만들고, 몸을 감 추는 방식으로 권위를 획득해나갔다.
그러나 BTS는 깊게 파인 네크라인으로 목선을 드러내거 나 부드러운 소재로 신체윤곽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밝은 색상의 패션스타일을 통해 유약한 이미지를 드러내는데 주 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미지는 여성적이라기보다는 소년적 감수성에 가깝다. BTS의 음악은 성인 남자의 희로애락을 여 과 없이 드러내며 여전히 소년기에 머무르는 콘셉트를 종종 표현하는데, 유약한 이미지, 불안과 좌절감 등 소년기의 이 미지가 패션스타일의 반복적 수행을 통해 형성된다. 이러한 시도는 남자는 공적 영역에서 강인함을 보여야 한다는 전통 적 사회 통념에 저항하는 것이다.
또한 BTS는 스킨헤드 스타일, 힙합 패션 등 하위 문화적 패션 스타일을 차용하여 주류문화에 편입되지 않은 탈맥락 화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마초적 남성성을 강요하는 보수적 젠더 담론에서 탈피하고 기성관습에 저항한다. 이는 거대담 론이나 주류의 가치를 수용하지 않고 의도적 거리두기를 통 해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며 자기애가 반영된 젠더 정 체성에 대한 탐색이다.
셋째, 여타의 젠더 이미지를 모방적으로 패러디하는 절충 적 이미지이다. BTS 뮤직비디오 중 일부의 패션스타일은 여 성복에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소재, 장식, 컬러 등 통해 여 성적 이미지를 도입한다.
버틀러는 모방적 패러디에 의한 수행성의 표현물은 원본 에 대한 모방이 아니라 원본이라 가정되는 복사본에 대한 모방으로 얻어지는 정체성이라고 했다. BTS는 여성의 전유 물로 여겨졌던 레이스나 시퀸의 소재의 패션스타일을 통해 여성의 이미지를 도입하지만 여성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 니다. 섬세한 감수성, 유연한 사고 등 긍정적인 여성성의 일 정부분이 결합된 문화적이고 인공적인 가상의 젠더 이미지 를 이상으로 상정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BTS의 패션스타일은 남성으로서의 섹슈얼리티를 감 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로스젠더와는 다르다. 초커, 체인, 귀걸이 등의 여성적 장식물을 착용함과 동시에 넓은 어깨, 근육질의 몸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남성적 신체미 를 부각시켜 섹슈얼리티를 강조한다. 이러한 BTS의 패션스 타일은 여성성이 도입되었다고 남성적 매력을 제거하는 것 이 아니라 관습적 성 이미지의 표현방식을 거부해서 남성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즉 여성성을 모방해도 남성의 매력 을 잃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을 방증하는 것이다. BTS는 패션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젠더 경계를 가로지르며 새로운 절충적 젠더 이미지를 표현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지배적 젠더 담론을 초월하는 해체적 이미지 이다. 패션은 언제나 개인적인 차원과 순응적인 차원, 이 두 관계의 사이에서 발견되는 것이다(Svendsen, 2004/2013). 다시 말해 패션은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측면과 자신의 개별성과 취향이라는 이 양자의 대결을 통해 설명된다. 그런 데 BTS의 패션 스타일은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기존질서 를 뛰어넘으며 한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앞서 설명한 절충적 젠더 이미지가 여성 성이 도입된 남성복으로 새로운 젠더 이미지를 표현했다면, 이와는 달리 해체적 젠더 이미지는 한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를 표현하기 위해 여성복이든 남성복이든 구분 짓지 않 고 공유한다.
BTS의 리더 RM이 지난 2018년 9월 유엔에서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피부색이 무엇인지,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 간에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얘기해 달라’라고 연설 했을 때, 해외 팬들은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을 가장 많이 언급하며 이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기회를 얻었다고 기뻐했다(Berbiguier, 2019). 또한 BTS가 유니세프와 함께한 ‘Love Myself’ 캠페인은 기존의 인종 젠더 문화의 질서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은 위한 힘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BTS가 여성복 드레스를 셔츠형태로 걸쳐 입고, 여성들의 상징적 장식물을 착용하는 것은 여성성의 모방을 목적에 둔 것이 아니라 개별자로서의 생각을 표현하기위한 것이다. BTS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초월하는 패션 스타일을 통해 관습이나 편견에 갇혀 자기가치를 부정하거나 폄하하지 말 고 스스로를 사랑해야한다는 인류애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BTS 패션 스타일은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로 향하는 세계적 변화의 흐름과 맥을 함께하는 동시에 유연한 젠더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화해와 통합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논의된 BTS의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패션스타일 과 젠더 이미지의 관계를 정리하면 Figure 16과 같다.
V.
결론
새로운 영상구조를 창조하며 시각 이미지에 큰 공을 들이는 아티스트들의 패션 스타일은 음악적 메시지, 고유한 세계관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BTS의 뮤직비 디오는 음악 홍보 뿐 아니라 매체적 한계를 넘어서서 그 의 미를 다양하게 확장시켜 보여주고 있고 패션 스타일을 통해 서 시각적 메시지를 완성시킨다. 특히 패션스타일을 통한 젠 더 이미지는 음악적 메시지와 맥을 함께하며 다양한 표현적 특징을 보인다.
주디스 버틀러는 몸의 인식 가능성과 욕망의 근원성을 전 제하는 것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양식이기 때문에 섹스, 젠 더, 섹슈얼리티가 모두 젠더라고 주장한다. 버틀러에 따르면 젠더 정체성은 선천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젠더의 표현물 들에 의해 수행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즉 젠더는 고정적 명사가 아니라 반복적 수행성을 통해 구성되는 움직이는 동 사인 셈이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이론으로 본 BTS의 패션 스타일의 젠더 이미지를 연구하기에 앞서 우선 뮤직비디오 의 패션스타일 유형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전통 힙합패션 의 재현을 기본으로 한 과시적 패션스타일, 청년 하위문화 스타일에 기반한 도전적 패션스타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소년기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패션 스타일, 이질적 요소가 혼 재한 혼종적 패션 스타일,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어우러진 유희적 패션 스타일이 고찰되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주디 스 버틀러의 이론으로 해석한 BTS의 젠더 이미지를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배적 젠더 담론에 동일시하는 전통적 이미지이다. 기성세대의 사회적 관습에 물음을 제기하는 음악적 메시지 와 동시에 마초적 남성성을 과시하는 양가적 태도를 취한다.
둘째, 주류문화와 의도적 거리두기를 하는 하위 문화적 패션 스타일을 차용해 지배적 젠더 담론에 반하는 저항적 젠더 이미지이다. 자기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주체적 젠더 정체성을 탐색한다.
셋째, 대립항의 젠더를 모방적으로 패러디하는 절충적 이 미지이다. 전통적 남성과 여성의 패션이미지 경계를 가로지 르며 새로운 남성성을 표현한다. 이질적 요소의 절충을 통해 새로운 젠더 이미지를 시도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한다.
넷째, 지배적 젠더 담론을 초월하는 해체적 이미지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음악적 메시지 를 통해 화해와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며 여성과 남성이라는 관성적 젠더 구분을 와해하고 유연한 젠더 이미지를 표현한 다.
본 연구는 BTS가 뮤직비디오 속에서 패션 스타일을 통해 전달하는 시각적 메시지를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으로 분석 함으로써 수행성을 통해 변화하는 젠더 이미지를 고찰하였 다. 이를 통해 패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다고 여겨 지는 젠더의 이미지를 표상함으로써 젠더를 구분하는 강력 한 지표가 되고, 젠더 정체성을 수행적으로 구성하는 수단이 됨을 확인했다. 패션은 생물학적 성에 따른 차이를 부각시켜 젠더를 구분하기도 하고 그 차이를 은폐해서 젠더를 모호하 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경계를 넘나들고 교차시킴으로써 젠더를 발전시킨다. BTS가 패션스타일을 통해 드러내는 유 연하고 다양한 젠더 이미지는 보수적 사회통념에 반하며 우 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관행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또한 자기애의 실천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통해 차별의 극복을 호 소하며 정체성을 고민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BTS 패션 스타일의 젠더 이미지를 분석하는 시도는 젊은 패션 소비자계층이 공유하 는 가치와 취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